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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板殿 - 권일혁

작성자
다시서기
작성일
2020-12-11 09:24
조회
4
"지금으로부터 160년 전인 1856년 10월 7일. 과천에 살던 추사 김정희는 노구를 이끌고 뽕나무밭이 펼쳐진 한강 남쪽 봉은사를 찾았다.

평소 자주 절을 찾았던 추사에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영기 스님의 부탁을 받고 '화엄경' 경판이 안치된 법당의 현판을 써주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법당에 당도한 추사는 조용히 마당에 앉았다. 때마침 들리는 풍경소리는 깊어가는 한강 물빛처럼 창창(蒼蒼) 하다.

이윽고 말없이 법당을 바라보던 추사는 낡고 뭉툭한 붓을 들고, 화선지 위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첫 글자 판(板) 자를 마친 추사는 전(殿) 자 앞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손목 안쪽으로 힘을 주더니 왼 삐침을 곧고 진중하게 써 내려갔다.

마침내 붓을 놓은 추사의 얼굴에 평온한 미소가 번져갔다. 후세인들은 추사의 마지막 작품 '판전'을 보며, 기교가 없는 졸박(拙樸) 한 필세에서 추사의 청정무구한 심상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추사는 다시금 호흡을 가다듬고 '71살 과천의 늙은이가 병중에 쓰다(七十一果病中作)' 라는 낙관으로 마무리를 했다.

스스로를 과천의 늙은이(果翁)라는 별호를 즐겨 썼던 추사의 한없이 낮고 겸손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추사는 4년 전 북청 유배지에서 풀려나 과천에 과지초당을 짓고 말년을 보냈다.

160년 만에 마주한 추사의 판전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예술 혼을 꽃피우기 위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추사 김정희에게 글씨란 무엇일까?

법당을 나서면서 스스로에서 물었다. 그리고 나이 듦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추가 김정희는 봉은사 판전을 쓰고 난 사흘 후, 10월 10일 세상을 떠났다. 오늘 같이 청아(淸雅) 하고 고고(孤高) 한 가을날에..



[출처] 160년 전, 추사 '판전(板殿)과 마주하다|작성자 힐링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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