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봉사자, 후원자님의 이야기, 따뜻함을 함께_김혜선 아웃리치 상담원
저는 서울역 다시서기 희망지원센터에서 아웃리치 활동을 하고 있는 김혜선이라고 합니다. 살면서 제 인생에 봉사라곤 학교에 제출해야하는 봉사 말고는 없었습니다. 봉사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지만 어디서 해야 할지 알아보는 열정은 부족했던 저였습니다. 마음 한 켠에 언젠간 하겠다 고 미뤄두고 시간을 보내던 중에 우연히 학교에서 알게 된 조교님이 봉사를 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까지만 해도 별 친분이 없었음 에도 이번에 온 기회는 꼭 잡아야겠다는 마음에 불쑥 저도 하고 싶다는 말을 먼저 내뱉었습 니다. 센터 실무자분과의 미팅으로 서울역 다시서기 센터로 가는 첫 걸음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미팅 하면서 물어보셨던 질문이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김혜선씨는 거리 노숙인 선생님들에 대한 어떤 생각이 있습니까?” 첫 번째 물어보셨을 때는 당황스러워서 대답을 잘 못했고, 재차 물어보셨을 때는 관심을 갖고 진지 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할 말이 없었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동안, 검토 후에 조만간 연락주신다는 실무자분께서 다른 곳을 추천하겠다 고 정중히 거절하실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제 예상 과 달리 언제 시간이 되냐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이렇게 저도 서울역 센터라는 만남의 장소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만남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알게 되었고, 오늘은 어떤 분들을 만날지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아웃리치 활동은 서울역을 중심으로 구역을 나누 고 조를 편성해서 거리 선생님들을 직접 찾아 뵙고 연계가 필요한 공적 서비스는 없는지, 혹시나 건강 상태가 심각하게 위험한 분이 계시진 않은지 확인 합니다. 활동의 여러 부분들이 중요하지만, 제겐 서로 찾아 뵙고 인사 드리는 일이 지금도 가장 떨리기도, 가장 소중하기도 합니다. 첫 아웃리치 활동을 하던 날, 그저 구경만 하던 제가 이제는 얼굴 을 뵈면 인사를 드리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 습니다. 낯가림 하던 저에게 웃으며 인사해 주시고, 활동 하는 게 힘들지 않은 지 물어봐 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점점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들, 원하지 않는 일들로 거리 생활을 하시는 선생님들께서 예민하신 경우도 있습니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어떤 사람과도 대화 를 원하지 않으시는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땐 조용한 인사를 나누고 다음 만남을 기약합니다. 아직 초보 아웃리치 활동가인 저는 거리 선생님들과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누는 것이 설레고 기대됩니다. 그리고 같이 활동하시는 상담가 분들이 거리 선생님들의 이름을 한 분 한 분 외우고, 필요한 공적 서비스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 는 마음으로 자세히 안내해주시는 모습을 볼 때 마 다 각자 살기 바쁜 현실 속에서 ‘내 삶을 응원해 주시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것인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대략 3시간의 활동 시간 동안 30-40명의 거리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가끔 현실적으로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는 속상함과 안타까움이 몰려온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만남은 무엇을 바라는 만남이 아니고, 만남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다음날 또 올게요”라고 거리 선생님들께 인사를 나누는 순간, 만남에서 만남으로 깊어지는 관계의 힘과 약속된 응원으로 채워집니다. 대학 입학을 위해 20살 때 혼자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학교 친구들은 생겼지만 제게는 이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제게는 만날 때마나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거리 선생님들이 함께 서울 생활하는 이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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