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믿어요
으뜸 (2001.12.10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이용 등록)
열심히 일하고 있는 으뜸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다시서기부속의원에서 자활근로하면서 지금 이것 저것 알바하고 있어요. 현재 사우나에서 청소도 하고 있고요. 시간 될 때 식당 같은데서도 일하고 그래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 셈이죠. 뚜렷한 직장에 다니면 좋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하네요. 그래도 여러 가지 일을 하면 장점도 있어요. 적어도 내가 노력한 시간만큼 댓가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단점은 이제 사우나 일을 오래 하다보니까, 제가 이런 생활하는 것을 알아서 그쪽 직원들이 종종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나이가 오십대 후반이다 보니까 취업하는게 쉽지 않죠.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신용불량이라 급여를 받아도 압류가 되버리니까 취업할 수가 없어요.
나의 과거 부끄럽지만 저는 중졸이예요. 집이 어릴 때부터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일찍부터 돈을 벌어야 했죠. 그래서 뭘 배우진 못하고 이것저것 장사를 많이 했어요. 잡화도 팔고, 포장마차도 하고, 장사에는 소질이 좀 있더라구요. 그렇게 돈벌고 사회생활하면서 아내를 만나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고. 그런데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다 날라갔어요.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하고 애들은 제가 데리고 살았어요. 아버님이 무허가 천막집에서 사는데 애들을 맡기고 저는 나가서 막노동하고, 불판도 닦고 생활비만 보내고 자주 못 보고 지내다 보니 애들은 크고 이제 연락도 끊어졌어요. 나중에 보고 싶어요. 애들이 애비가 필요하면 찾겠지 싶기도 하고, 저도 애들을 찾으려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있어야 하자나요? 아직은 아닌거죠.
과거가 발목 잡을 때 재기하려고 해봤지만 할 수 있는 게 장사밖에 없는데, 제가 밑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씩 일용직해서 버는 돈은 생활하기도 빠듯해서 저축하기는 어렵더라구요. 돈이 좀 모인다 치면 항상 문제가 생겼어요. 그렇게 벌써 이렇게 방황한지가 20년 가까이 되네요. 제일 힘들 때는 기술을 배워서 일을 하려고 해도 월급 차압들어오고, 뭔가 새롭게 하려고 했는데 과거의 잘못이 계속 발목잡을 때예요. 다 포기하게 되죠.
힘든 이에게 하고 싶은 말 서울역에 보면 다 개개인마다 자기 사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냥 술 먹고 안주하는 사람들 보면 안타까워요. 조금만 고개 돌려보면 옆에 희망지원센터에 샤워실도 있고 옷방도 있는데, 지나다니는 시민들이 다 불편해하자나요. 사실 냄새만 안나더라도 사람들이 기피하지 않을텐데 말이에요. 제가 예전에 해외토픽을 보니까, 일본 노숙인 급식소는 아침에 옷을 깨끗하게 안하면 밥을 안주더라구요. 저희도 그렇게 하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저같이 사는 사람도 있자나요. 잘 사는 것은 아니어도 분명 사람마다 살 길이 있어요. 주어진 상황에서 노력하면 안될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믿음? 믿음! 꿈?꿈! 지금은 괜찮아요. 제게 주어진만큼 열심히 하다 보면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있으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해요. 정말 좋았던 옛날만큼은 아니겠지만 분명 다시 올라올 수 있다고 믿어요. 두 달 전, 신용회복위원회 찾아 상담하고 앞으로 5년동안 4만원씩 납부하기로 했어요. 12월 중순부터 납부 시작하고 바로 담주부터 통장 압류 풀려서 통장 사용도 가능할 것 같아요. 어릴 때 제 꿈은 학교를 끝까지 다니는거였어요. 그런데 그게 안되니까.. 지금 꿈이라면.. 하하..그냥 만약 무언가 배울 수 있다면 기술을 배우고 싶어요. 제과, 제빵 같은 거, 목수도 좋구요. 나만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요. |